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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cm로 싸우는 사람

GONZI 2022. 4. 2. 19:03

 

 

0.1cm로 싸우는 사람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는 시대. 우리나라 최초의 디자인 브랜드를 일군 바른손 박영춘 회장의 디자인 철학을 책으로 소개. 헬로키티를 만든 일본의 팬시 브랜드 산리오가 아시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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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직전에 읽은 책 < 기획자의 독서 >에서 김도영 작가가 마지막 페이지에서 추천해준 책 리스트 중에 발견한 책이었다.

'사업으로서, 산업으로서 디자인이 궁금할 때' 추천한다고 했고 내가 그랬다. 

 

 나의 작은 브랜드를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꾼 지 몇 달,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내가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의문을 떨쳐내지 못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업 구성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 지인의 조언을 듣고 결국 지금 시점에서는 종합적인 구조보다는 시작하는 제품 하나를 디자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이 제일 어려웠다. 수없이 노트북 앞에 앉아 디자인하고 갈고 또 디자인하고 갈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가득 찼다.

 

 정리되지 않은 잔잔한 혼란들 사이에서 누군가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 흥미롭고 재밌는 일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는 나의 의문에 답을 주고 확신을 준다. 

 책의 주인공 박영춘 회장은 바른손 팬시의 창업자로서 금속 조각공부터 시작해 많은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며 대한민국의 디자인 산업을 이끌어간 디자이너자 사업가이다.

 

 사실 나에게 바른손 팬시는 생소한 브랜드였다.  어렸을 때 문구점에 있던 디자인들, 내복에 그려진 캐릭터들 그런 것을 만들어낸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현재 그런 옛 추억이 담긴 제품들을 떠올리면 따듯하고 정이 가지만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한차례 유행을 휩쓸고 간 한 브랜드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내 생각이 짧았다. 책 장을 넘기며 보게 된 바른손 팬시의 제품들과 작품들은 2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촌스럽지 않았다. 따듯함과 섬세함 그리고 그 시절의 정겨움을 담고 있었다. 디자인이라는 생소한 산업을 개척하고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업구조도  새로움으로 이끈 사람이 바로 박영춘 회장님이다.

 

 박영춘 회장님은 멈추지 않는 사람이다. 달리다가 지쳐 걷는 한이 있어도 멈추지 않는다. 사업에서 물러난 현재도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를 분명 멈추지 않고 있을 것이다. '한 번은 대원군 집터에서 나온 연못 돌을 사시더라고요. 다른 게 부러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아보는 감각이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박 회장님은 그런 측면에서 그 어떤 부자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사셨던 분이라고 생각해요.' 나 또한 원하는 것, 추구하는 것을 알고 끝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열정을 투자하는 삶은 정말 값진 풍요로운 삶이라고 생각한다. 파티를 구상하고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재미있었던 사람.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것보다 이상적인 무엇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내고 사람들이 그 물건에 열광하는 것을 바라보는 희열감에 중독되어 있었던 사람. 지금의 안정적인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을 그려내는 힘이 강력했던 사람. 일하는 공간과 방식을 새롭게 바라봤던 사람. 뛰어난 개인의 역량으로 많은 것을 이룬 뒤에도 본인의 삶이 성공했다고 보지 않고 동료들과의 소통, 협업의 방식에 후회하는 사람. 박영춘 회장의 삶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으며 나의 선택에 옳다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를 해주었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것을 얻고 깨달음을 얻는 순간도 값지지만 나의 선택에 확신을 주고 위로를 받을 때 나는 독서의 매력을 느낀다. 박영춘 회장님의 이야기는 서로의 꿈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눈 것처럼 깊은 여운을 남겼다.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눈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자 진정한 독서의 의미이다. 

 

 최근 나는 사업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 (사실 사업이라고 하긴 거창하다. 혼자서 작게 브랜드를 시작해보고 싶은 작은 도전이니까 말이다.)  최근에 읽은 4~5권의 책들은 각기 다른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한 소절을 읽고 챕터를 읽을 때마다 난 사업에 관한 생각으로 흡수가 되었다. 작가 모두 나에게 조언을 주었고 위로를 주었다. 독서를 통해 나는 외롭지 않고 많은 이들의 숨결을 느끼며 계단을 올라간다고 느꼈다.

 

 이 전에 읽은 책이 위에서도 말했지만 <기획자의 독서>였다. 이 전에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었는데 사실 재밌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해석과 소화가 되지 않아 나의 독서에 대해 의문이 들고 방황을 느낀 시점이었다. 내가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유는 광고를 하기 위해서다. 사실 광고인이 되고 싶은 열망보다 더 앞서는 것은 난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축적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리는 것 같은 그 기분이 허무해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책에 대한 감상평을 짧게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노트 하나를 더 구입해 책의 소절과 정보들을 정리해 쓰게 되었다. 이런 것을 반복하다 보니 책에 대한 모든 것을 기억하고 흡수하고 싶다는 욕망과 부담이 느껴졌으며 책을 읽고 끝내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그러면서 또 나는 최대한 많은 책들을 읽어야 하는데 따라오지 않는 속도에 답답함을 느끼고 독서에 대한 혼란이 찾아왔다. 내가 독서를 잘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책에서 얼마만큼을 얻어가고 기억해야 만족할 수 있는 것인가? 숫자와 데이터가 나를 증명해주는 시대 속에서 나 자신 빼고는 볼 수 없는 것이 독서다. 자격증을 따는 시간에 독서에 더 투자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찾게 된 <기획자의 독서>는 나에게 독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놓치고 있는 독서의 습관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타인은 독서를 어떻게 느끼는가를 보고 느끼며  강박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광고도 어떻게 보면 기획자이기 때문에 기획자로써 일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공감이 되고 큰 위로가 되었다. 그 후에 <0.1cm로 싸우는 사람>을 읽게 되면서 나는 진정으로 독서의 의미를 찾았다. 정보와 지식에 대한 기억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 기억하고 싶으면 꾸준히 관심을 갖고,  한 번 읽고 흥미롭게 흘러갈 내용은 흘러가는 것이다. 책이 나에게 주는 가장 값진 것은 정보와 지식이 아니다. 책은 내가 계획한 내 삶의 템포 속에서 같이 걸으며 나의 생각과 선택에 새로운 영감을 주기도 하고 열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답을 주기도 하고 위로를 하기도 하며 따끔하게 혼을 낸다는 것이다. 최근 몇 권의 독서를 하는 동안에 다른 내용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독서 경험은 결국 내가 가장 관심 있고 열정을 느끼는 사업에 대한 열기를 달군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이 감각이 독서가 주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느꼈다. 

 

 그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책을 읽는 동안 내가 한 번 더 움직이고 도전할 힘을 얻었다면 그 책을 읽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박영춘 회장님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내 머릿속은 사업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구상으로 가득 찼다. 박영춘 회장님의 이야기가 더 인상 깊었던 이유는 디자인에 대한 철학과 경험에 대해만 말해주신 것이 아니라 사업자로서의 이야기도 들려주셨다는 점이다. 작은 1인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디자인도 생각하고 사업에 대한 모든 것을 구상해야 할 나에게 많은 시련과 혼란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창의적인 도전 정신과 작은 것 하나 넘어가지 않는, 책 이름처럼 0.1cm에 집착하는 박영춘 회장님의 이야기는 나를 옳은 길로 가게 할 것이다.

 

 

 

 

실패를 하는 그 순간에 우리는 실패하고 있지 않다. 그저 그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할 뿐이다. 실패라고 일컬어지는 행위는 단지 사후 결과에 따른 평가다. 당연히 행동하지 않은 자는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_<0.1cm로 싸우는 사람>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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