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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의 순간

GONZI 2022. 1. 7. 03:27

 

 

 

데뷔의 순간

데뷔의 순간, 그 절실했지만 멈출 수 없었던 이유『데뷔의 순간』은 ‘한국영화감독조합’에 속해 있는 감독 17인의 청춘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17개의 데뷔 전 이야기는 옴니버스 영화처럼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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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처음으로 완독하게 된 책 '데뷔의 순간'은 우리나라 감독 17명의 데뷔 전, 즉 입봉의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에게 데뷔의 순간은 빛나고 찬란한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허무하고 지우고 싶은 순간이며 누군가에게는 드디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쁨의 순간이다. 데뷔라는 것이 무조건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으므로 이것마저 나의 편견이었다. 하지만 데뷔라는 것은 분명 이들에게 새로운 파동을 주었다. 나에게 데뷔의 순간은 언제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영화광이도 아니고 영화인을 꿈꾸는 것도 아닌 내가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로웠다. 어느 순간부터 나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세상에 귀를 기울이며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 분야도 그렇다. 수많은 것들을 견뎌온 감독들의 이야기에서 한국 영화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었다. 도제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연출부에 대한 이야기, 영화 산업등 그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영화에 관한 것들이 흥미로웠다.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한국 영화가 궁금해졌고 그들이 언급하는 영화들을 당장이고 보고 싶었다.

17명의 감독들 중에서는 익숙한 봉준호, 박찬욱 감독도 있었으며 낯선 이름들 사이에 필모를 보고 반가움을 느꼈던 감독들도 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냐고 묻는다면 생각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독서할 때 놓치고 싶지 않고 기억하고 싶고 한 소절에 크게 반응하고 싶은 강박 아닌 강박이 있는데 이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린 것 같다. 모두의 이야기에서 먼지가 날리고 바람이 불었으며 어수선하고 복잡한 촬영 현장이 그려졌고 고요한 극장 속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 속에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고뇌와 기쁨의 순간이 담겨있었다.

부러웠다. 이런 감정이 드는 게 우스웠지만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가 낭만적이고 가슴 뛴다고 느꼈다. 부러운 감정이 과거를 동경하는 것과 결을 같이 한다고 느꼈다. 당연히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생각났고 말이다. 이 시대 속 정돈되지 않은 어수선함과 새로움과 열기로 가득 찼던 영화라는 존재가 가슴이 뛰었던 것 같다. 그러나 바로 드는 생각은 시대는 변해도 분명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재 17명의 감독들처럼 분명 꿈을 향해 시행착오를 겪고 무모한 짓을 하고 고군분투하고 있을 낭만적인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나도 분주한 마음이 들었다.

다양한 삶을 살아온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에 다양한 말을 해준다. 17명의 감독들도 그렇다. 수많은 말들을 다 듣고 따라갈 수는 없다. 나는 어떤 것을 선택해서 따라가야 할까. 감독들의 말 중 나 자신이 뭐라도 된 것 같다고 생각하라, 해보지도 않고서 주저하지 말라는 말들은 내가 가려고 하는 길에 위로와 확신으로 다가왔다. 영화에게 선택받는 영화 키드가 아닌 우연하게 영화를 마주치고 시작하게 된 감독들의 이야기도 역시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운명적으로 광고를 선택하고 꿈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런 광고인이 되어야겠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생각하기보다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에 영화를 꿈꾸고 있는 나를 투영해 상상했던 것 같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인생은 타이밍과 선택이다. 내가 지금 과가 아니라 중국어과에 붙었으면? 영화가 하고 싶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다. 그랬어도 난 행복했을 것 같다. 어떻게든 이 모든 게 내 운명이라고 주절거렸을 것 같다. 나는 광고가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광고가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주어진 타이밍과 나의 선택을 운명처럼 취급하고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나의 운명이라는 낯부끄러운 말을 할 것이다.

이해영 감독이 한 말이다. 시행착오가 낭만이 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가 바로 지금 당신 청춘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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