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밭
일놀놀일 본문
요즘 놀이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
뭐만 하면 놀이라고 말을 붙인다.
출근하는 것은 출근놀이 줄여서 출놀
퇴근하는 것은 퇴근놀이 줄여서 퇴놀
청소하는 것은 청소놀이 줄여서 청놀
회의하는 것은 회의놀이 줄여서 회놀
카톡하는 것은 카톡놀이 줄여서 카놀
.
.
끝도 없다.
그렇게 놀이중독이 되어버린 (-놀이 라는 말장난에 재미가 들린)
나의 눈에 띈 책의 제목이 있다 바로 일놀놀일!
책 제목을 보기만 했을 뿐인데 보석상자를 발견한 것 처럼 기뻤다.
놀 때는 놀고 일할 때는 일하는 철저한 구분 즉 워라벨을 소망하는 이 시대에서
일놀놀일!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워라벨을 지키지 않는 제목에 끌려 빠르게 읽어내렸다.
작가들에게 일은 돈을 버는 수단을 넘어서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주는 모든 활동들이다.
일을 놀이로, 놀이를 일처럼 하는 삶의 태도 일놀놀이
기왕 해야 하는 것,재미있게 해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작가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책을 왜 읽는 건지에 대한 실타래는 풀릴 듯 풀리지 않는다.
실타래 중 나름 길게 풀린 실은 바로 대화라는 실이었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1.평소에 누군가와의 대화를 다 기억할 수 있는가?
아니다. 기억남는 말의 조각들이 남을 뿐이다.
독서도 그렇다.
모든 활자를 다 기억할 수는 없다.
기억남는 활자의 조각들이 남을 뿐이다.
이 사실은 책의 내용을 강박적으로 습득하고 기억하려고 하는,
힘을 잔뜩 준 내 독서의 자세를 풀어준다.
2. 책을 읽는 것은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내가 위로가 필요할 때, 재미있고 싶을 때, 자극이 필요할 때 등
우리는 주어진 그 순간에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를 하고 느낀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책은 다 읽고나면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눈 것 같은 여운이 몰려온다.
일놀놀이라는 책을 읽으며 작가2명과 한 카페에 앉아 세네시간 이야기를 나눈 기분이 들었다.
한 주제에 대해 뀰작가는 그림으로,숭작가는 짧은 글로 말을 건다.
좋은 동료이자 친구인 두 작가는 일놀놀이라는 방식을 추구하지만 다른 성향이 느껴진다.
한 주제에 대해 각자 두 사람이 느낀 이야기와 생각을 읽어보면 참 재밌다.
뀰작가는 이렇게 생각하고 숭작가는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
둘은 이런 부분에서 잘 맞았겠구나
숭작가는 뀰작가의 이런 면을 대단하게 생각했겠구나
뀰작가는 숭작가의 이런 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겠구나
둘은 이런부분을 같이 공유하고 탐구해나가는구나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이 둘의 우정에 혼자 감탄하고 아름답다고 느낀다
책에서 우정이란 유대감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또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답한다.
저도 무료함 속 불규칙적인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저는 9시에 일어나서 12시까지 스터디를 하는 것으로 루틴을 정했었답니다
일하는 것과 노는 것이 분리되어야 건강한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 없었네요
자연스럽게 스위치를 끄고 켤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작가님은 구분이 없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니
그렇게 확신하게 된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요
재택근무로 인해 줌회식을 했을 때 촘촘하게 프로그램을 짜둬야 한다는 조언을 들으신 것에 정말 공감해요
저도 동아리 정부총일 때 첫번째 줌 후 두번째 줌 때 더 촘촘하게 콘텐츠를 짰었거든요
첫번째 줌의 어색함은 아직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고 슬퍼요
마음이 짓눌리다가 막상 쓰고 나면 속 시원한 게 글쓰기라니 정말 공감이 됩니다
저의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킬 생각에 설레는 마음입니다 마음의 근력도요!
왜 그렇게 기록하냐는 질문에 억울하다고 대답하시다니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을 처음 봤어요 저만 그런 줄 알았어요
저는 제가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한 것들이 휘발되는 것이 너무 아까워요
그래서 사진도 많이 찍고 일기도 매일매일 쓰죠
특히 어떤 형태로든 내 삶의 족적이 남아있다는 안도감이라는 말이 너무 공감이 됩니다
작가님이 특히 좋아하는 기록이 뭔지 더욱 궁금해요
저도 광고인을 꿈꾸는 사람으로써 광적으로 뭐든 수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수집하기만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느끼는 요즘이었습니다
영감을 받는다고 창의력이 단번에 생기지 않는다.
영감을 받은 것을 어떻게 소화하고 얼마만큼 내 것으로 만들어내느랴가
특별한 크리에이티브로 이어지는 가능성을 결정한다는 말이 저도 크게 공감이 됩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소화하는 과정도 조금은 피곤하다고 느껴져서 고민입니다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조잘조잘 대답하기 바쁘다
진정으로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작가와 대화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재밌는 대화를 나눈 것 같다.
놀이라는 말은 신기하다.
그냥 평범한 행위에 놀이라는 말을 붙이기만 했는데
그 것이 콘텐츠가 되고 가볍고 즐기는 태도를 불러온다.
말의 힘이고 생각의 힘이고 태도의 힘이다. 그 위력은 정말 무한하다!
억지로 일을 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놀이라는 것을 체득한 작가들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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