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밭
건방진 도파민을 도마에 올려놨다 본문
오늘은 근무 중에 양해를 구하고 2시간 정도 광고 졸작을 보러 갔다.
대학교 1,2학년 때 신방 졸업 전시회보다 내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광고 졸업전시회다.
내가 신방트랙에서 광고트랙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에 완성도 높은 선배들의 광고pt가 작지 않은 영향을 준 것같다.
몇 년전에 봤던 졸업전시회는 감탄과 존경심으로 가득했었다.
광고 잘하는 선배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고 우리과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다.
나도 선배들을 본받아 훨씬 더 졸작을 잘 해낼 다짐을 했고 열정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올해 본 광고졸작은 실망적이었다.
IMC 전략서가 현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나의 오만함을 기초로
브랜드,시장분석 -> 컨셉도출 -> 컨셉에 따른 imc전략
이 기본적인 세가지 흐름이 끊겨져있는 기획서들에 답답함을 느꼈고
짜내는 듯한 IMC 전략들과 부족한 시각적 자료는 덤이었다.
이런 근본적인 내용보다 ppt 디자인과 발표실력은 더욱 아쉬움을 느꼈다.
대본을 보고 읽기만 하는 발표가 대부분이었으며 발표 ppt임에도 불구하고 공모전 제출 기획서ppt마냥 글씨체가 작았다.
교수님들도 내용에 대한 차별성보다는 발표센스를 중심으로 수상을 결정하셨다.
선배들과 현재 학우들의 수준차이가 있는 건지 내가 느낀 실망감을 정확히 분석할 수는 없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뿐이었다.
이런 오만한 감정은 내가 근 몇 년간 헛걸음한 것이 아니라는 희망의 풍선에 바람을 넣는다.
기가막히고 만족스러운 기획서와 결과물을 낸 적은 손에 꼽지만 작든 크든 하나의 기획서 파일을 만드는 과정에서
흐름에 대한 집착, 끊임없는 리마인드과 자괴감에서 좌절했던 나날들
나의 부족함을 느끼고 책에서 해답을 찾고자 했던 결심
그렇게 오기로 책을 읽기 시작해 독서가 친구이자 짐이 되어버린 현재의 나
미친듯이 수집하고 읽어내는 빽빽한 활자들은 돌아보면 한 글자씩 흩어지는 신기루며
나는 여전히 포류중이다.
단 한 번도 내가 준비되었다는 생각을 한 적 없다.
준비가 되고 싶어서 휴학을 했다.
준비된 상태로 기획서를 만들고 공모전에 나가고 싶었다.
기획하는 과정에서의 답답함과 혼란스러움을 나의 무지로 탓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 몇 번의 공모전들, 그 중에 입상은 없다.
역시 발걸음은 무거워지며 또 도전을 망설이게된다.
아직 그릇이 안찼다고, 조금 더 공부하고 수집한 다음에 나가자고 기회를 미룬 채 12월을 앞 둔 나는 오늘 졸업작품을 봤다.
무지를 메우기 위한 갈망과 내가 이거보다 더 잘하겠다는 이 오만함의 충돌은 무엇인가?
사실 준비된 상태는 없다는 걸 안다.
나는 지금 패를 던져야할 타이밍이다.
단 한 번이라도 미친듯이 모든 것을 쏟아부은 기획서가 있는가?
시작의 포부와 다르게 풀리지 않는 기획을 내 무지로 탓하며 대충 마무리한 기획서들뿐이다.
그러한 기획서를 제출한 다음 역시나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은 뻔한 루트다.
광고는 준비된 자가 하는 것이 아니다.
광고인은 고뇌와 자괴감을 씹고 계속 앞으로 걸어나가는 대단한 사람들이다.
더이상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더 잘할 것 같으면, 남의 기획서가 실망적이고 허점투성이로 보인다면
그렇게 잘난 내가 어떤 기획서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을지 증명해라.
현재 읽고있는 책 <인스타 브레인>에서는 '도파민'에 대해 언급한다.
도파민은 바로 우리의 엔진이다.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파민은 눈앞에 있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들지만, 그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은 엔도르핀이다.
뇌가 보상시스템을 빈번하게 활성화 시키는 것은 돈,음식,섹스,인정 혹은 새로운 경험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이에 대한 기대감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만큼 우리의 보상 센터를 작동시킬 수 있는 것도 없다.
뇌의 입장에서는 기대감 속에 미래의 불확실한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 그 길 자체가 목표인 셈이다.
지금 나는 펄떡펄떡 뛰는 도파민을 도마위에 올려놨다.
멋진 기획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가득찬 오만한 도파민을 말이다.
그 도파민을 재료로 칼을 든 나는 어떤 선택과 결과물을 보여줄 것인가?
또 좌절이 찾아올 수 있지만 기적이 찾아올 수도 있다.
졸작을 보고 집에 오는 퇴근 길에는 온통 머리 속에 광고생각뿐이었다.
집에 와서 바로 공모전을 찾아보고 브랜드 초기 스터디를 마쳤다.
사실 또 무지에 대한 불안함이 슬금슬금 차오르기 시작한다.
최근 ESG 브랜드 사례에 관한 책을 읽어서 그런지 이 방향으로 접근하고 싶은데
마케팅보다 경영에 취중되어있다보니 모르는 분야에 대한 공포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죽이 되든 밥이 되는 모르면 미친듯이 수집해서라도 결과물을 낼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한 달이다!
'땅에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잃고 싶지 않은 것들 (0) | 2023.04.05 |
|---|---|
| 5:5의 출발선 (1) | 2023.01.13 |
| 첫 눈이란 뭘까요 (0) | 2022.12.06 |
|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0) | 2022.12.04 |
| 선택의 근력을 늘리기 (0) | 2022.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