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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근력을 늘리기

GONZI 2022. 11. 21. 11:18

집에서 학교까지 자전거 타고 출근하기

나의 딱히 간절하진 않은 버킷리스트였다.

 

몇 년간 알바 출퇴근은 자전거가 기본 

최근 취미는 알바 퇴근할 때 두 손 놓고 자전거 타기 특훈 

나는 (자칭) 자전거 고수다.

 

일요일, 피자집에 캠핑 의자를 피고 누워서 책 '역행자'를 읽다가 

당장 내일인 월요일에 미루고 미루던

자전거타고 출근하기를 실천하기로 갑자기 결심했다.

 

월요일 아침 7시 15분에 집에서 나왔다.

카카오맵으로는 33분 걸린다고 떴다.

자전거는 지도 믿다가 지옥간다.

 

그렇게 지옥체험기 시작

 

날씨도 적당했고 바로 학의천으로 내려가 주행했다.

천으로 내려가니 뛰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부지런한 공기를 맡으며 기분이 좋았다. 

 

불그스름한 하늘과 총총 뜨인 구름들을 보며

앞으로 쭉쭉 밟아갔다.

 

금정역까지는 학의천을 통해 주행하고

중간 지점에 도착하면 도로쪽으로 요리조리 갔다가

작은 천으로 다시 내려가 한참을 달려가다가

다시 도로쪽으로 올라와 버스타며 익숙했던 풍경을 발견하고

학교까지 힘을 짜 밟으면 도착이다.

 

일단 금정역까지 학의천을 따라 하염없이 밟는데

끝이 안보였고 괜히 자전거가 구린 것 같았다.

자전거 출퇴근 고수님들은 내 앞을 숭숭 추월했고

에브리바이크를 대여했었는데 괜히 내 바이크가 안 좋은 것 같아

무려 바이크를 3번이나 바꿨다.

근데 2번째 바꾼 바이크가 최악이었다.

근데 아무리 달려도 바꿀 바이크가 안보여서

달리기보다 못한 속도로 느역느역 주행했다.

장인은 자전거 탓을 하지 않는데 계속 바꾼 나 자신을 원망하며..

 

금정역이 가까워지면서

금정역에서 버스타고갈까?...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해..

하는 악마의 속삭임이 있었으나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미친 경사를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도로변으로 오니 그나마 나았다.

차가 위험하긴해도 훨씬 주행하는 재미가 있었다.

도로변도 잠시 다시 작은 천을 찾아 내려갔어야했는데

내 앞을 갑자기 추월하는 자전거 3개가 있었다.

이거지! 하면서 고수님들을 따라 열심히 밟았더니 금새 천으로 다시 내려왔다.

갑자기 의욕이 올라서 고수님들에게 절대 뒤쳐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밟았으나

 

고수는 고수인 법..

(어느 순간부터 나는 겸허한 마음으로 고수타이틀을 내려놓았다. 누가 준 적도 없지만)

이미 고수님들은 안 보이고 뒤에서 몇 분이 날 추월했지만 열심히..열심히 했다..

 

드디어 지옥같은 무한의 천따라 밟기가 끝나고 도로변으로 올라와서 학교까지 도착하기는

그럭저럭 할 만 했다. 시계를 보니 55분이 지나있었다. 8시 10분 정도..

이럴수가 55분 밖에 안되었다고? 체감 상 3시간이었다.

 

도착 예정 시간보다 20분은 지났지만 나름 빨리 도착한 것 같아 뿌듯했다.

얼굴이 벌게진 상태로 사무실에 도착해 물 벌컥벌컥 마시니 특유의 성취감을 느꼈다.

 

운동으로만, 땀을 흘려야만 느낄 수 있는게 있다.

몇 달간의 나는 그게 부족했던 것 같다.

순간의 선택들을 하기가 어렵고 방황하는 최근이었는데

(ex. 하루종일 간식을 참아도 집에 와서 폭식을 한다던지 공부를 결심해서 다 챙겨와도 하지 않는다던지)

 

인생에도 공략집이 있다면

나의 공략집은 운동을 통해 다른 선택들의 근력을 늘리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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