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밭
잃고 싶지 않은 것들 본문
벚꽃을 다 쓸어버린 봄비가 내린 날.
이런 날씨에 외출하지 않아도 되어 운이 좋다고 생각하다가도,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 이 날씨에게 미안해지곤 한다.
맛있는 것을 잔뜩 먹어 죄책감이 들다가도, 책상에 앉아 미루던 자소서 공부에 양극의 감정을 갖는다.
그리고 다시 책 속. 꿉꿉한 날씨에 급하게 청소한 선풍기는 창문 너머 비바람을 불러오고 가사를 몰라 선율만 들려오는 팝송은 분위기를 달구어 그 역할을 잘 하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독서의 의미와 무게는 풀릴 듯 풀리지 않는다. 일단 내가 느끼고 있는 현재는 도피일까 인간에 대한 마치 우주같은 미제에 압도당함일까 잔잔한 행복일까?
지금 이 순간이 행복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하더라도 잃지 않고 싶은 것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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