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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GONZI 2023. 2. 22. 22:00

에밀 싱클레어와 데미안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모두가 똑같은 협곡, 저 깊은 심연에서 내던져진 주사위들이어도, 저마다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날아가려고 치열하게 노력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오직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의 추억들이 온갖 풍경과 향기로 진하게 밀려들어 마음을 슬픔과 기쁨의 전율로 뒤흔든다. 

그곳에는 두 세계가 얽혀 있었다. 세계의 양쪽 끝에서부터 나온 밤과 낮이.

 

작품해설 _ 이순학

 

<데미안>은 세계대전 이후 현대 독일 문학에서 '전쟁'과 '개인'의 관계를 치밀하게 제시한 선구적 작품이다.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유럽에서, 무조건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을 희생하고 파괴해야 하는 현실과 자아의 관계에서 고민하는 청년들을 친절하고 치밀하게 안내한다. 개인주의적이고 철학적 사유가 관습화된 독일에서, 개인의 내면을 면밀히 탐구하지 않고서는 전쟁이라는 현실도 똑바로 이야기할 수 없다.

악의 세계에서 살아온 두 도둑이, 죽기 직전 한 명은 회개하고 한 명은 회개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회개한 도둑이 칭찬받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데미안은 생각이 달랐다. 악마의 세계에서 살아온 자가 천사의 사탕발림에 넘어간 것은 비겁하고 기회주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벌을 받는 쪽을 택한 도둑이 더 나은 인간이라고 말이다. 이 논쟁은 단순히 비판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사고의 틀을 깨고자 했던 소재일 수 있다. 하지만 자아가 성장하려면 말뿐이어서는 안 되고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현실에서 자기 존재를 책임지며 사는 것은 어쩌면 자아의 성장 정도와 상관없이 운명적으로 주어지는 의무다.

우리는 사실 삶의 순간마다 주어지는 고민들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그래서 자아가 어떻게 해야 껍질을 깨고 나와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는지 잘 모른다. 더 치열하게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내 세계에 조금만 위협이 와도 금방 죽을 것처럼 공포에 질리는 게 아니라,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사력을 다해 껍질을 부수고자 해서 극복해야 한다. 겁에 질려 평생 자아를 세상 밖으로 꺼내 보지도 않을 건가, 아니면 당당히 세계와 마주하겠는가? 선택은 우리 몫이다. 그 선택에 <데미안>이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수많은 에밀 싱클레어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트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무엇이든 우연히 발견되고, 우연히 시작되는 것은 없다. 사람이 무언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루어진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나를 얽매 와도,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집중해야 한다. 우리들 마음속에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모든 것을 우리 자신들보다 더 잘 해내는 누군가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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