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밭
인류는 언제까지 썩은 달걀을 품 안에 넣어둘 것인가 본문
1. 혼란
Y2K 종말론이라고 들어보았는가?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갈 때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해 발생할 오류로 인해 재앙이 온다는 것이었다. 지금으로서는 터무니없는 가설이며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공공부문에서는 37만 명과 의료진들이 대기 중이었으며 각종 마트에서는 사재기가 일어나 집마다 7~10일 분량의 생필품을 사기도 했다. 22년이 흐른 2023년, Y2K 종말론을 비웃는 지금의 시점에서는 지구종말론이 없을까? 그렇지도 않다. 인류의 역사에는 종말론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모든 시대의 인류는 각각의 시대에 본인들이 지구의 낭떠러지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머릿속이 만들어낸 낭떠러지에 서서 종말론을 이야기한다. 종말론은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인류에게는 신기술과 새로운 문화 출현으로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 변화 속에서 발생하는 전쟁, 테러, 범죄, 환경파괴, 경제 혼란 등의 이슈들은 특히 빠르고 방대한 미디어의 파이프로 끊임없이 흘러온다. 세상은 더 안 좋아지는 것만 같다.
걱정과 혼란으로 가득 찬 현시대 인류들에게 세상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아지고 있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을 할까? 누군가는 안심하고 기뻐하겠지만, 극소수일 것이다. 대부분은 무슨 소리냐고 역정을 내며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키라고 할 것이다. (스마트폰을 꺼내 뉴스포털이나 유튜브에 들어가 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이 책의 저자인 한스 로슬링은 불안으로 소란스러운 시대를 향해 외치고 있다. 세상이 더 나아지고 있다고 말이다.
그는 낙천주의자가 아니다. 본인을 ‘가능성 옹호론자’라고 칭한다. 이유 없이 희망을 품거나 이유없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사람을 뜻한다. 저자는 통계학자로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황을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이해하며, 세계를 건설적이고 유용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런 그가 바라본 세상은 분명 개선되고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와 닿지 않는 말일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세상에 대한 의심과 혼란에 타당한,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가? 명쾌하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의 주장을 한 번은 들여다보자.
2. 인류의 무지와 오해 그리고 사실충실성(FACTFULLNESS)
이 책은 세계에 관한 이야기고,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그 전에 인류는 세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저자는 13개의 문제를 통해 다양한 집단의 인류를 테스트해왔다. 가난과 부, 인구성장, 출생, 사망, 교육, 건강, 성별, 폭력, 에너지, 환경 같은 주제에서 발생하는 상황과 일반적 추세에 대한 질문이다. 오늘날 세계 기대 수명은 몇 세일까? 세계 인구의 다수는 어디에 살까? 세계 인구 중 어떤 식으로든 전기를 공급받는 비율은 몇 퍼센트일까? 등등의 질문들은 주관식이 아닌 3개의 객관식 문항들이 주어짐에도 대답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침팬지가 이 문제들을 맞출 수 있는 확률은 몇일까? 주어진 보기가 세 가지니 순전히 확률로만 따져도 정답을 고를 확률은 33%다. 예상했겠지만 실제 문제에 답한 인류는 침팬지만도 못한 정답률을 보유하고 있었다. 침팬치의 오답을 통계 내면 틀린 보기 2개로 똑같이 나뉘겠지만, 인간의 오답은 한쪽으로 쏠리는 성향을 보인다. 모든 집단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더 폭력적이며, 더 가망 없는 곳으로, 한마디로 더 극적인 곳으로 여겼다.
나 또한 책을 펼치기 전에는 세상에 대한 오해와 불신으로 가득 찼었다. 세상은 더 안 좋아지는 것만 같고 위험하다. 살인, 범죄는 점점 늘어나는 것 같고 사람들은 더 개인화되어가는 것 같다. 그들은 속한 집단 내에서만 결속과 애착을 느끼고 다른 집단의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도 않을뿐더러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만 같다. 환경 파괴는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으며 지구는 더는 못 버틸 것만 같다. 취업하기가 힘들어지며 자영업자들은 힘들기만 하고 경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생각들은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답답하고 듣기 괴롭다. 부정적인 뉴스들은 서서히 익숙해져 가 어느 시점에는 못 들은 척 외면하고 싶다. 세상을 바라보는 이런 시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는 다양한 지식은 없을지언정 내가 갖고 있는 데이터들이 틀렸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다. 세상에 대한 회의감으로 가득 찬 채 테스트를 푸는 순간 서서히 자신감은 떨어졌다. 한 문제도 확신을 하고 풀 수 없었다. 정답을 보고 자신감을 바닥을 찍었다. 그나마 맞을 것 같은 문제들도 당당하게 틀려놨다. 내가 갖고 있는 세상에 대한 무지와 오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내 안의 방어 본능이 작동했다. 이러한 어렵기만 한 통계는 모를 수도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 문제들은 단순 지식 테스트가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내가 갖고 있는 거대한 오해에 대한 이유, 세상을 향한 나의 색안경을 벗어 관찰해보는 순간이었다.
이 글의 제목을 잘못 지었을 수도 있겠다. 인류는 언제까지 썩은 달걀을 품 안에 넣어둘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는 언제 품 안에 있는 이 달걀이 (신선하다고 단단히 믿고 있는) 썩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가? 눈치챘겠지만 달걀은 인류가 세상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과 생각을 의미한다. 분명한 사실은 인류는 세상에 대해 아주 단단히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심할 여지 없는 세상에 대한 정보가 사실은 낡고 상했으며 썩어 악취를 풍기고 있지만, 대부분은 눈치채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악취를 눈치채지 못하는 무지는 첫번째 문제이며 보다 더 중요한 두 번째 문제는 그 악취에 마비되어 옳지 못한 판단과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걀이 썩는 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썩은 달걀로 스크램블을 만들면 어떻게 되겠는가? 유한하고 소중한 지구의 자원들을 썩은 달걀에 붓는 우유로 써서 스크램블을 만들면 어떻게 되겠는가? 눈치채지 못하고 먹을 수는 있겠지만, 탈이 나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세상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얼추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심쩍다. 뉴스에서 본 것들, 들려오는 소식들은 일어나지 않은 것도 허상이 아닌 사실이다. 그것들은 다 뭐가 된단 말인가? 여전히 세상은 팍팍한 것 같고 불안함과 답답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하지만 또 강조하자면 이 이야기는 세계를 이해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도대체 왜 세상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지 인간 본능에 기반을 둔 10가지 이유를 들려주고 사실충실성(FACTFULLNESS)이라는 기둥이 되는 개념을 소개한다. 사실충실성이란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를 의미한다. 스트레스와 오해를 불러오는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에서 한걸음 물러나 보자. 사실충실성이라는 새로운 안경을 끼고 저자를 따라가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해보자.
3. 인류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
•간극 본능
우리에겐 모든 것을 서로 다른 두 집단으로 나누고 그 사이를 거대한 불평등으로 분리하는 본능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다. 이 단어를 들으면 ‘못사는 나라’와 ‘잘사는 나라’를 떠올리게 될 것이며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은 우리에게 익숙한 분류이다. 저자는 이러한 용어를 쓸 때 실제로 어떤 모습을 떠올리는지 그 모습은 과연 현실을 얼마나 반영할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5세까지 생존하는 아동의 비율을 생각했을 때 이 기준 즉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반영하면 ‘개발도상국’은 생존 비율이 낮을 것이고 ‘선진국’은 생존 비율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집단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기준이 1965년이라면 말이다. 1965년도 지도를 들고 여행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세상은 크게 변했다. 현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도표는 두 가지의 간극을 깨버린다. 데이터에 따르면 절대다수의 나라에서 가족 구성원은 적어지고 아동 사망을 드문 일이 되었다. 하지만 인류는 여전히 1965년도 달걀을 품고 있다. 무엇이든 세상은 두 가지로 나뉘지 않는다. 이분법적 사고를 추구하는 강력한 인간의 본능은 간단하고 직관적이지만 세상을 오해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세상엔 다양한 집단과 단계가 있다. 간극본능에 있어서 사실충실성은 어떤 이야기가 간극을 말한다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고 간극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선 다수를 보아야 한다.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곳에 인구 대다수가 존재한다.
•부정 본능
부정 본능은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주목하는 성향이다.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정답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10%도 안 되었다.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지옥을 탈출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린 우울하다. 텔레비전에서 여전히 극빈층을 본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만 같지만 팩트는 수십억 인구가 비참한 삶을 탈출해 세계시장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부정 본능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작용하는데, 하나는 과거를 잘못 기억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언론인과 활동가들이 사건을 선별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상황이 나쁜데 세상이 더 좋아진다고 말하면 냉정해 보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가 더욱 커지고 첨단 기술이 발달한 덕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소식을, 많은 재난 이야기를 접한다. 다양하고 심각한 일들은 여전히 발생하고 우리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지만 이룩한 발전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리석은 오해로 희망을 포기하는 대신 인류가 이룬 발전을 인지한다면 우리는 희망을 품고 더 노력할 수 있다. 상황은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기도 하며, 나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다. 당연한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세상이 나빠지기만 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부정 본능에 있어서 사실출실성은 저 뉴스는 부정 면을 보도한다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직선 본능
직선 본능에 관해서는 ‘세계 인구는 단지 증가할 뿐’ 이라는 거대 오해를 통해 바라봐보자. 우리는 직선으로 상승하는 인구 상승의 그래프를 그린다. ’단지’라는 말을 그대로 두면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며 인구 성장을 막으려면 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는 오해이며 이 오해의 바탕이 된 본능은 상황이 직선으로 전개되겠거니 생각하는 본능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삶에서 직선적 직관이 늘 믿을 만한 안내자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니다. 수십억 인구가 극빈층을 탈출하면서 이들 대부분이 아이를 적게 낳기로 결심했다. 극빈층 탈출이 계속 이어지고 교육받는 여성이 늘어나는 한 여성 1인당 출생아 수가 극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이런 통계를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은 여전히 자녀가 많으며 종교인들은 피임을 거부해 여전히 대가족을 이루며 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언론은 예외에 해당하는 극적인 경우를 골라 보도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인구 성장이든 그 밖의 다른 상황이든 직선본능을 억제하는 최선의 방법은 세상엔 여러 형태의 곡선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직선 본능에 있어서 사실충실성은 지금 그 이야기는 도표의 선이 계속 직선으로 뻗어 나가리라 단정하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고, 그런 선은 현실에서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공포 본능
세상의 온갖 정보를 모두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빅데이터 홍수의 시대에 사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문제는 어떤 정보를 받아들일 것이고 어떤 정보를 무시할 것인가이다. 우리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극적으로 들리는 공포스러운 정보다. 인류의 진화에 있어서 당연한 사실이다. 우리 조상은 동물,신체손상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생존율이 높아졌다. 이런 위험감지본능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며 공포스러운 이야기에 주목하게 한다. 하지만 실제 세계는 다른 어느 때보다 덜 폭력적이고 더 안전하다. 끔찍한 이미지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뉴스만 봐서는 납득하기 힘든 사실이지만 데이터는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공포 본능에 있어서 사실충실성은 지금 우리가 공포에 사로잡혔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 반드시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폭력, 감금, 오염을 두려워하는 자연스러운 본능 탓에 우리는 그 위험성을 과대평가한다. 공포 본능을 억제하려면 그 위험성을 계산하라.
•크기 본능
사람들은 비율을 왜곡해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비율을 왜곡하는 것은, 다시 말해 크기를 오판하는 것은 우리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향이다. 또한 숫자 하나만 보고 그 중요성을 오판하는 것도 본능이다. 크기 본능의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은 세상의 발전을 과소평가하게 한다. 2016년에 420만 명의 아기가 죽었다.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크기 본능을 다루기 위해서는 다른 수도 보아야 한다. 그 전해에는 440만 명이었고, 그 전해에는 450만 명이었으며, 1950년에는 1440만명이었다. 데이터를 통해 세상은 분명 나아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지만 420만 명이라는 수치에 안심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수치를 최대한 빨리 떨어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 결정들에는 수치를 통해 세상을 냉정하게 계산하고 효과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다. 수치를 비교하지 않고 한 숫자에만 매몰되어있다면 절대 그 사실을 알 수 없다. 크기 본능에 있어서 사실충실성은 크든 작든 그 숫자가 인상적으로 보이지만 달랑 하나뿐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고, 그 수를 다른 수와 비교하거나 다른 수로 나눴을 때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일반화 본능
사람은 끊임없이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화 본능은 우리에게 필요하고 유용하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분명하게 왜곡한다. 아마도 가장 큰 문제는 극단적이고 매우 드문 단 하나의 사례를 가지고 그것이 속한 범주 전체를 속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화 본능은 특히 기회라는 예시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임신하면 대략 2년 정도는 생리하지 않는다. 생리대 제조업자에게는 부정적인 뉴스다. 따라서 이들은 세계적으로 여성 1인당 출생아 수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세계 생리대 제조업체에서 개최한 국제회의에 참석해 서양 제조업체 대부분이 이런 점을 놓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극빈층에서 탈출해 인류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생활 수준이 높은 여성들에게 매몰된 채 비키니를 입을 때 사용하는 더 얇은 패드와 같은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욕구와 고객을 찾으려 했다. 세계 인구 다수의 삶의 단계가 올라가고 있는데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가난하다고 오해하는 제조업체들은 경제적 기회를 놓칠 것이 분명하다.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는 종교나 문화, 국가가 아니라 소득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극적인 사례들로 그 집단을 판단하고 일반화하는 본능은 억제되어야 한다. 일반화 본능에 있어서 사실충실성은 지금 저 설명은 범주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고 그 범주가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운명 본능
운명 본능은 타고난 특성이 사람, 국가, 종교, 문화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속한 집단의 운명을 지지하거나 다른 집단에 대한 운명을 불변한다고 보는 본능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혁신적 변화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 아프리카는 항상 무기력하고 절대 유럽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운명적 생각, 이슬람 사회는 기독교 사회와 근본부터 다르다는 운명적 생각들은 거만한 자부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잘못된 판단을 야기한다. 문화, 국가, 종교, 국민은 바위가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탈바꿈된다. 아프리카에는 다양한 나라들이 있으며 극빈층에 탈출해 사회적 발전을 이륙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운명 본능은 아프리카가 서양을 따라잡을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게 만들고 아프리카 시장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운명 본능에 있어서 사실충실성은 많은 것이 변화가 느린 탓에 늘 똑같이 보일 수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비록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조금씩 쌓이면 큰 변화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단일 관점 본능
우리는 단순한 생각에 크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단일한 원인, 단일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이런 성향을 ‘단일 관점 본능’이라 지칭한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면 시간이 절약된다. 하지만 그 판단이 옳은 확률은 낮으며 세계를 이해하는데 유용하지 않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해법은 없으며 세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치 또한 그렇다. 수치는 단일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수치를 보되 거기에 매돌되면 안된다. 수치 없이 세계를 이해할 수 없지만, 수치만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도 없다. 국가는 정부 없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지만,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공공 부문도, 민간 부문도 늘 정답일 수는 없다. 이것 또는 저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이것과 저것을 두루 선택해야 한다. 단일 관점 본능에 있어서 사실충실성은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봐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비난 본능
비난 본능은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된 한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비난 대상보다는 전체 시스템에 주목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비난 본능 때문에 합당한 수준 이상의 힘과 영향력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난본능에 있어서 사실충실성은 지금 희생양이 이용되고 있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개인을 비난하다 보면 다른 이유에 주목하지 못해 앞으로 비슷한 문제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힘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시스템에 집중하라.
•다급함 본능
다급함 본능은 위험이 임박했다고 느낄 때 즉각 행동하고 싶게 만든다. 우리는 풀숲에 사자를 발견하고 재빠르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사람의 후손이다. 어디선가 자동차가 느닷없이 나타난다면 피해야 한다. 하지만 즉각적 위험은 거의 사라지고 좀 더 복잡하고 추상적인 문제를 마주하는 요즘, 다급함 본능은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데 혼란을 준다. 이 본능은 스트레스를 주고, 다른 본능을 확대해 억제하기 힘들게 만들고, 분석적 사고를 가로막고, 너무 빨리 결심하도록 유혹하고, 충분한 고민을 거치지 않은 극적인 행동을 부추긴다. 다급함은 세계관을 왜곡하는 최악의 주범 중 하나이다. 극적인 세계관은 위기의식과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유발해 좋지 않은 결정을 초래한다. 다급함 본능에 있어서 사실충실성은 지금 그 결정이 다급하게 느껴진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고, 다급히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4. 그래서, 앞으로
저자를 따라가 우리가 세상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들과 왜 그렇게 오해하고 있는지 인간본능에 기초해 살펴보았다. 놀랍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인간의 본능에 충실하고 있었다. 10가지 본능을 갖고 세상을 맘대로 오해했으며 그뿐만 아니라 한 개인으로써 삶을 살아가는 데에도 그 본능들을 맘껏 발휘했다. 본능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 인간의 뇌는 수렵 채집인일 시절과 다를 게 없다고 한다. 인간의 뇌는 결코 인간의 편이 아니며 앞에서 소개한 10가지 본능들에 대해 취약하다. 뇌는 세상이 발전하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운명과 본능에 순응해 흘러가는 대로 괴로워하며 살아야 할까?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인류는 세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해 지나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우린 세상이 살기 힘들다고 불평하지만 해가 밝으면 부지런히 일어나 일하고 배우며 살아간다. 열심히 주어진 삶을 살고 있지만 불완전한 시대에 대한 오해로 숨통을 조여져 힘들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거대 오해의 세계관을 살아가면서도 열정과 성취를 느끼기도 하며 사람들과 만나 웃고 경험하며 소비를 즐긴다. 이러한 인류가 인간 본성에 기반한 세상에 대한 오해를 깨닫는다면 어떻게 될까?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이 생각보다 절망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사실충실성이라는 새로운 안경을 끼고 발생할 무한한 시너지 효과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10가지 본능을 살펴봤으면 알겠지만, 본능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다.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나 또한 나 자신의 오류를 깨달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만 같다.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한 개인으로써도 막막하다. 하지만 새로운 안경을 계속 꺼내 써보려고 한다. 어떤 이슈를 접했을 때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회피하는 것이 아닌, 10가지 본능을 꺼내와 세상을 분석하고 바라보려고 한다. 그러한 과정들이 계속되고 반복된다면 많은 기회를 발견해 삶을 향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는 생각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한 집단으로써, 한 개인으로써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다.
‘지식은 유통기한이 없어서 무언가를 한번 배우면 그 신선도가 영원히 유지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수학, 물리학 같은 과학이나 예술에서는 어느 정도 사실일 수 있다. 그런 분야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것이 계속 유효할 수 있다.(예:2+2=4). 하지만 사회과학에서는 아무리 기초 지식이라도 아주 빠르게 상한다. 우유나 채소처럼 계속 신선도를 유지해야 한다. 모든 것은 변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인류가 품 안에 있는 썩은 달걀의 존재를 눈치채길 바란다. 썩은 달걀을 쉽게 빼내거나 흔적을 없애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나부터가 그렇다. 또한 썩은 달걀의 흔적을 겨우 지우고 새로 품은 달걀이 또 썩을 수도 있다. 아마 평생 그럴 것이다. 하지만 달걀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설프지만 세상을 향해 몸을 던지는 멋진 냉장고가 되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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